생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시티에 있는 한인식품점에 구경을 가서 그렇게나 먹고 싶던 짜파게티도 사고 몇가지 재료도 샀다.
집에 총 10명이 사는데 공용 프라이팬은 다 타고 더럽길래 내 소중한 소시지를 굽기 위해 싸구려로 하나 샀다.
그런데 다음 날, 마스터가 공용 프라이팬을 새 것으로 바꿔줬다.
난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내 전용 프라이팬을 산건데 다른 사람들 눈에게 마스터에게 항의하려는 의미로 보였는지 사람들이 내 덕분에 새 프라이팬을 쓸 수 있게됐다며 고마워한다.
이게 내가 평일에 먹는 주식이다.
소시지만 먹으면 영양의 불균형이 올까봐 나름 신경을 써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채소류를 생각하다가 감자, 당근, 양파를 썰어서 볶아 먹기로 했다.
주말에 많이 만들어 둔 뒤 소시지와 함께 도시락을 싸가고 저녁에도 먹는다.
매번 말하지만 내가 찌질하긴 하지만 나름 내 몸에 신경을 쓰면서 잘 챙겨준다.
평일에는 대충 소시지와 채소볶음만 먹는 대신 주말에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한가지씩 해 먹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왠지 밀가루 음식이 당겨 닭고기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조리법들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요리하는게 재미있고 어렵지는 않았다.
호주는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니 한식을 만든다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호주 한인마트에서 안 파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부터 일요일은 짜파게티를 먹는 날이라고 하니 나도 만들어 먹었다.
한국을 떠나고 처음으로 먹어본 짜파게티였는데 환상이었다.
근데 왜 한인마트에서 직원이 다른 한국인들한테는 한국말로 말하고 나한테만 영어로 말할까.
머리가 길어서 일본애처럼 보였나 보다.
주말에는 누나가 집으로 불러서 밥도 해주고 반찬도 챙겨 먹으라고 만들어 줘서 고마웠다.
그런데 집을 구할 때, 공장지대에 집을 구하려다보니 누나네 집과 가까운 곳에 살게 됐다.
왠지 집이 가깝다고 하면 누나한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좀 떨어진 곳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시간이 지나고 누나가 알게됐는데 민망해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난 영어권 나라에 와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일하고 있는 공장에서 맡고 있는 파트가 편한 곳이라 기계에 포스트 잇을 붙여놓고 계속 보면서 일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남미와 스페인에 가면 쓰려고 배우는데 새로운 언어라 재미는 있지만 처음 시작하는 언어이니 어렵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영어권 나라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한다니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언어와 돈, 여행을 모두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고, 잡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공장에서 하는 영어회화라고는 농담따먹기와 욕이 전부라 딱히 영어실력이 늘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나의 목표는 오로지 돈이니 영어공부는 한국에 가서 해야지.
맞아요. 전 호갱님입니다.
인터넷을 하다가 기아의 뉴 무등구장(애칭 뉴등이)의 바닥에 기념돌을 까는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나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뉴등이가 없어지기 전에는 계속 볼 수 있는 것이니 간단한 문구와 이름을 새겼다.
외국에 있으면서도 꼴아(꼴지 기아)의 호갱님을 하고 있다니 씁쓸하다.
언젠가는 V11을 하는 날이 오겠지.
2015년에 구경갈게 기다리렴. 죽을 때까지 호갱님을 해줄게.
사람은 채소를 먹어야한다.
고기만 먹으면 변비도 생기고 몸에도 안 좋다.
지중해식 올리브 오일 살라미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방울토마토를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겨보기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아 물론 난 육식성 잡식동물이니까 채소를 먹을 때는 고기를 먹어야한다.
닭 한 마리를 오븐에 구웠는데 치느님 앞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호주는 소고기가 참 싸다고들 한다.
백수일 때는 그 싼 소고기도 참 비싸게 느껴져 못 먹었는데 드디어 처음 맛을 본다.
그중에서도 비싼 부위인 스카치필렛(등심)을 먹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
스테이크는 한 조각 썰어서 속을 보여줘야 하는데 밥 먹다가 다시 사진 찍기는 뭐해서 그냥 찍었는데 정말 맛있다.
1kg당 20달러정도 하는데 200g짜리 한 덩이를 사면 4달러(한화 4000원)밖에 안 하니 싸긴 싸다.
홈런볼과 건빵이 묶여서 2달러인데 이 가격이면 한국보다 싼 것 같은데 신기하다.
아 놔.
누가 선진국은 멍멍이가 길에다 응아싸면 뒷처리 잘 한다고 했습니까.
룰루랄라 노래 들으면서 마트에 쇼핑하러 가다가 응아를 밟았다.
밟고 나서 제발 응아가 아니기를 바랐는데 응아가 맞았다.
역시 어딜 가나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다 있는 것이 맞나 보다.
방문을 닫으려다가 뭔가 이상해서 살펴보니 문고리가 고장났다.
열쇠는 열려있는 상태인데 문을 닫으면 잠기는 상황이라 모른채 그냥 밖에 나갔으면 큰 일 날뻔 했다.
집 주인에게 말은 했는데 뜯어보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공구통을 찾아봤는데 집에 드라이버도 하나 없다고 하길래 벽에 박혀 있던 못으로 문고리를 뜯어서 고치다가 난 이런 것도 잘한다고 자랑하려고 설정샷을 찍었다.
드디어 복날이 왔다.
호주는 남반구라 7월엔 겨울이라 추운 복날이지만 그래도 복날이고 지친 나에게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삼계탕을 하기로 했다.
한인마트에 가서 삼계탕 재료를 사오고 마트에서 닭을 사다가 손질하고 푹 삶아서 먹는데 입에서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전생에 대장금이었는지 요리를 기가 막히게 하는 것 같다.
물건도 잘 고쳐, 밥도 잘 먹어, 흥정도 잘 해, 생활력도 좋아, 생존력도 끝내줘, 요리도 잘 하는 남자가 여기 있는데 왜 난 솔로일까.
거울을 보니 알겠네요.
죄송합니다.
치킨엔 맥주지만 돈을 아껴야하니 술은 안 마시고 콜라를 마신다.
지금까지 내 여행을 돌아보면 음료수를 입에 달고 다녔는데 평소에 생활할 때에는 음료수를 잘 안 마시는 편이다.
15캔짜리 콜라를 50% 할인해서 6달러에 팔길래 냉큼 집어왔는데 아마 호주 떠나는 날까지 마시면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맥주를 먹고 싶지만 돈을 번다고 내키는대로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지금 아낀 돈으로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며 참는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는데 왠지 동이 터오르는 모습이 아름다울 것 같았었는데 꽝이었다.
주말인데 늦잠을 자지 않고 새벽에 일어난 이유는 총싸움을 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운데 앉아 있는 애가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고리'라고 뉴질랜드 사모아족 출신인데 페인트볼을 하러 가자길래 공장을 다니는 사람들과 같이 갔다.
내가 참 찌질하게 보이는데 호주는 겨울이라 추워서 목이 움츠러든 겁니다.
생긴 것은 찌질해도 노는 것은 찌질하게 놀지 않는다.
태어나서 페인트볼을 처음 해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페인트볼 게임 규칙상 머리를 맞히면 안 되고, 머리를 맞아도 아웃이 아닌데 사람들이 내 몸보다는 머리를 맞춘다.
덕분에 페인트 탄환의 맛을 볼 수 있었는데 기름 맛이다.
페인트볼 게임은 공기총에 페인트 탄환을 넣고 서로 쏘는 게임인데 한번 입장하면 전쟁터가 여러 곳이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즐길 수 있다.
약 100여명이 팀을 나눠 비행기, 드럼통, 피라미드 등등 6가지가 넘는 장소를 돌아가며 게임을 한다.
입장료는 한 번만 내지만 총알은 유료라 100발에 20달러(한화 20,000원)을 내고 충전해야 하니 총알 1발을 쏘면 200원을 쏘는 셈이다.
이날 1인당 500발씩 쐈으니 총알값으로만 거의 10만원을 썼다.
맵도 넓고 사람이 많아 재미는 있는데 너무 비싸 다시 오려면 무서울 것 같다.
상대편의 양동생 하나가 이마에 가미카제를 붙이고 다니길래 게임이 시작하면 저 놈만 죽인다는 생각으로 다녔다.
그런데 게임 중에는 다들 헬멧을 쓰고 다녀 한번 놓치면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 붙일 게 없어서 가미카제를 붙이고 다니니.
참고로 이 사진은 내가 웃으면서 사진 한 장 찍자 해놓고 놀리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페이트볼장에서 준 사진입니다.
장갑은 제공이 안 되는데 손에 맞으면 손이 까질 정도로 아프다.
어떤 양누나는 팔에 맞고 시퍼렇게 멍이 들었던데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니 참아야지.
근데 난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다른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것 같던데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키다니 대단하다.
아, 본론으로 돌아와서 양누나는 참 이뻤다.
이게 본론이 아니였나?
그런데 웃통을 벗고 게임을 뛰는 것들이 나타났다.
몇몇 서양애들의 똘끼가 극에 달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특히 등에 맞으면 정말 아플텐데 한 판 하는 내내 잘 견디고 나오긴 했다.
고리가 페인트볼 입장권을 내줬으니 저녁은 우리가 대접하기로 하고 한국 식당에 갔는데 매운 것도 잘 먹고 소주도 잘 마신다.
하지만 옆에 있던 고리의 여자친구는 매워서 죽으려고 한다.
집에서 한식을 만들어 먹긴 하지만 식당가서 사먹기에는 돈이 아까워 나도 한국식당에 처음 가봤는데 일본음식과 같이 파니 외국인들도 꽤 많이 찾아 오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수제 햄버거를 만들어 봤다.
맛도 맛이지만 생김새가 예술이었다.
실물을 봤을 때는 정말 맛있어 보였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이상하게 나왔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보고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사람들이 구경하러 나오니까 쑥스럽길래 대충 찍고 먹었더니 사진이 이상하게 찍혔다.
공장에서 돌아와 다른 사람이 밥을 다 할 때까지 것을 기다리기 귀찮아 저번에 첫 주급을 받고 개인밥솥을 샀는데 금방 고장이 나버렸다.
멀티탭에 문제가 있는지 내 옆에 있던 밥솥이 고장나서 내 밥솥을 빌려주자마자 내 것도 고장이 났다.
값은 10달러(한화 10,000원)밖에 안 하지만 다시 사서 또 고장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그냥 공용밥솥을 쓰기로 했다.
오늘은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명호씨가 호주를 떠나는 날이다.
그런데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나왔을까.
원래 못난 것은 맞지만 이번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전 날, 이별파티를 한다고 술을 죽어라 마셨었다.
VB 24병, 소주 5병, 맥스 6캔, 리큐어 1병 등등 각종 술을 들이 부었다.
명호씨와 진실씨는 조금만 마시고 방으로 도망쳐 고리와 둘이 대작을 하는데 고리는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중에 술을 가장 잘 마시는 사람이었다.
한국인은 원샷이라고 알려줬다가 죽기 직전까지 원샷을 하며 술을 마셨다.
잠을 자고 일어나 부엌으로 가니 굿모닝 원샷을 해야한다며 맥주 한 병을 따준다.
전날 술을 그렇게 마시고 다시 눈을 뜨자마자 또 마시려니 속이 거북했는데 자꾸 남자의 자존심을 건들길래 그냥 원샷을 했다.
라면으로 해장을 한 뒤, 술이 모자르다며 술을 더 사와 계속해서 마시고 명호씨를 배웅하러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까지 술을 마셨다.
살다 살다 술을 이렇게 무식하게 마시는 사람은 처음봤다.
주말에 요리하는 것에 재미가 들려 요리재료를 사러 시티에 나갔다가 진실씨가 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꼬셔 돼지국밥을 먹으러 갔는데 외국에서 돼지국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시장에서 굴도 떨이로 팔길래 같이 먹었는데 환상의 맛이었다.
쥬스를 사다놓고 매일 마시고 있는데 뉴스를 읽다가 사과주스가 몸에 해롭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기사에 내가 주로 이용하는 마트인 콜스가 나오더니 내가 마시는 사과주스도 나온다.
몸에 안 좋다니까 기사를 읽은 뒤로 우유를 마시기로 했다가 호주 우유는 맛이 없어 두유도 마셔보고, 딸기 우유도 마셔봤는데 주스가 가진 청량감을 따라올 수가 없어 그냥 오렌지 주스를 마시되 조금씩 마시기로 했다.
머리로는 몸에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즐거움을 쫓아가는 바보다.
예전에 돈이 없을 때는 그렇게나 맛있던 말린 바나나가 너무 맛없게 느껴진다.
이제 돈을 좀 벌면서 간식으로 다크 초콜릿을 사 먹을 정도가 되니 비참했던 과거를 잊었나 보다.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주말에 '나 혼자 산다'를 보는데 데프콘이 가난할 때 김밥을 말아 먹었다고 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다.
그래서 김밥을 싸봤는데 김발이 없어도 이쁘게 잘 싸졌다.
맛은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정말 맛있었는데 진짜 전생에 장금이었던 것 같다.
2층 방을 쓰는데 계단 앞에 있는 창문으로 보는 노을 진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외곽지역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2층에서 창 밖을 보면 멀리까지 다 보인다.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씻고 바로 소시지를 굽는다.
돈을 버니 가끔씩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주말마다 요리도 해 먹지만 주식은 소시지다.
4달이 넘도록 소시지만 먹으니 호주가 아니라 독일로 여행을 온 것 같다.
그 놈의 돈이 뭔지, 돈을 모으려고 25년 살면서 먹어온 소시지보다 호주에서 더 많은 소시지를 먹고 있다.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머리가 많이 길었다.
공장에서 애들이 여자냐고 놀리긴 했지만 이렇게 긴 줄은 몰랐었다.
앞머리가 턱까지 내려오다니 이제 드디어 때가 됐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혐짤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머리를 기르면서 앞머리가 완벽하게 묶여질 때 완전 삭발을 할거라고 다짐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여우같은 마누라를 찾아야하니 장발과 삭발은 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여행 중에 해보려고 했는데 드디어 둘 다 해봤다.
원래 삭발은 경치가 아름다운 호수에서 아리따운 여자에게 삭발을 부탁하려 했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에 그냥 호주에서 했다.
삭발을 하니 머리를 감고 5초면 머리가 다 마르고 가만히 있으면 머리에서 열이 나 더운데 움직이면 머리가 시렵다.
또 머리를 만지면 맨들맨들한 느낌이 들어 신기하다.
그런데 면도기로 밀어도 회색빛이 도는데 연예인 '길'처럼 반들반들하려면 탈모여야하나보다.
두피가 지성이라 두피여드름이 어느정도 나 있는 것은 알았는데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었다.
삭발을 하고 보니 가뜩이나 못난 얼굴이 더 추해졌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요리의 끝은 어디일까.
갑자기 단호박으로 크림파스타를 만들면 무슨 맛일까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미 만들어 본 사람이 있었다.
단호박을 찌고 우유와 생크림을 넣어 크림을 만들었는데 달달하니 맛있었다.
당연히 파스타에는 스테이크도 같이 먹어야한다.
아.....
이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이번에는 돈까스 카레덮밥이다.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아르헨티나 애한테 주말에 무슨 요리를 해먹었는지 대화를 하는데 왜 20분이면 먹을 요리를 하기 위해 2시간이나 투자를 하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는 요리를 안 해봤는데 여기와서 해먹으니 재미있고 맛있다고 하자 이 놈이 하는 말.
자긴 그냥 집에가면 여자친구가 매번 새로운 요리를 해주고 도시락도 싸주고 아침에 일어나 토스트도 구워준다고 한다.
도와주거나 설거지라도 하려고 하면 남자는 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쉬라고 한다며 사진을 보여주는데 엄청 이쁘다.
그리스 여자인데 내년에 청혼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대체 너를 왜 좋아하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부러워 죽을뻔 했다.
숙주가 싸길래 숙주나물을 무쳤는데 이것도 맛있다.
내 요리 실력이 정말 좋은데 먹어줄 사람이 없네.
소시지만 먹어서 영양의 불균형이 왔는지 손에 습진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에 인도에서도 생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더 심각하길래 내 몸을 조금 더 아껴주기로 했다.
우선 매일 점심, 저녁으로 먹던 소시지를 점심 도시락에만 싸가기로 하고 저녁에는 카레나 돈까스 같이 미리 해놨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샐러드용 채소도 사놓고 매일 샐러드도 만들어 먹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안 되는데 조금 늦은 것 같기도 하다.
젊다고 막 굴리다가는 늙어서 고생하니 잘 관리해야겠다.
사랑하는 내 몸아, 아프지 마.
위에 입은 회색 티셔츠는 공장에서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인데 거울을 보니 스님이 승복을 입은 것처럼 생겼길래 한 장 찍었는데 어울리는 것 같다.
여러분 모두 성불하십시오.
마트가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면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제품들을 세일해서 팔기 시작한다.
20%부터 99%까지 세일을 하는데 3달러짜리 우유를 5센트에 사 본 적도 있다.
유통기한이 하루 남았어도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이틀정도는 지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사뒀다가 유통기한이 지나도 그냥 먹는다.
내 튼튼한 장아, 사랑한다.
이번 주에는 뭘 해먹을까 고민하다가 떠먹는 피자를 만들어봤다.
고구마를 삶아 무스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 배가 터질뻔 했다.
물론 맛은 대장금이 울고 갈 맛이었다.
최인호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난 주저없이 최인호 작가의 '길 없는 길'을 고를 것이다.
군대에서 제목이 인상 깊어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결국 지금의 세계일주를 떠나게 됐다.
책을 빨리 읽기에 보통 1시간 30분이면 책 한 권을 읽는데 총 4권짜리 책을 읽는데 1달이 걸렸다.
책을 읽음에 있어서 어떤 책을, 어떤 시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읽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해준 책이다.
부디 영면에 드셨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연어 스테끼다.
연어는 호주에서도 비싼 편인데 kg당 25달러 정도 해 2덩이에 13달러(한화 13,000)나 한다.
화이트와인으로 마리네이드를 하고 한 면으로만 구웠는데 진짜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생선처럼 부스러지지 않고 속은 탱탱하면서 겉은 익은 그 맛은 정말 최고였다.
나중에 노르웨이에 간다면 꼭 제대로 된 연어스테이크를 먹어야겠다.
호주는 각종 요일마다 무슨 무슨 데이라고 붙여놓았다.
저번에 말했듯이 화요일은 무비데이라고 영화값이 싸기도 하지만 KFC와 도미노피자도 할인하는 날이다.
KFC는 닭 1마리에 9.95달러(한화 10,000원)이고 도미노피자는 50%할인을 하는데 한국을 떠나고 처음으로 KFC를 가봤다.
정말 기대를 하면서 치느님을 영접했는데 튀김은 눅눅하고 고기는 퍽퍽했다.
맛이 없었는데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 다 먹었다.
아마 두번 다시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추석도 다가오고 아부지 생신도 다가오길래 한국으로 영양제를 부쳤다.
시골에 보낼 약들과 부모님 약, 동생이 먹을 로얄젤리까지 사서 보내니 400달러(한화 400,000원)정도 나왔다.
가족들만 챙기자니 나도 뭔가 하나 먹어야 할 것 같아 50%세일하는 오메가3를 7달러(한화 7,000원)에 사서 먹기로 했다.
택배를 보내면서 깜빡하고 사진을 안 찍어 추석이 지나고 나서야 내 오메가3 사진을 찍었다.
같이 공장에 다니는 진실씨가 혹시 우설을 먹어본적 있냐길래 소 내장탕에 들어 있는 것을 먹었을 때 맛있게 먹었었다고 하니 한번 사먹어 보자고 한다.
정육점에 가서 혀를 사는데 이렇게 큰 혀가 9달러밖에 안 한다.
하긴 호주 애들이 내장이나 이런 부위의 맛을 어떻게 알겠나.
껍질을 벗겨내고 와인에 살짝 담궜다가 소금 후추간을 한 뒤 구워 먹었는데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최고였다.
저번 이야기에서는 찌질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진짜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만 한 것 같다.
참 제목에 충실한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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